‘21세기 리더십 장보고에서 찾자’
[J플러스] 입력 2017.03.16 11:26 수정 2017.03.16 11:48
- 기자 장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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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글로벌재단 김성훈 이사장을 만나다
계절은 분명 봄이었으나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지난 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김성훈(78) 전 농림부 장관을 만났다. 만남의 목적은 농업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장보고글로벌재단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보고글로벌재단은 장보고기념사업회와 장보고CEO포럼 소속 회원들을 통합해 지난해 5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출범한 비영리 단체로써 ‘21세기 형 장보고’를 발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 헌정자는 장보고 대사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경제·문화영토 확장 및 한인사회발전에 공로가 있는 한상(韓商)이면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
이 재단은 지난 2일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21세기 장보고’로 예우하는 ‘제2회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 헌정자를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백수가 과로사(過勞死)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요즈음은 장보고 글로벌 재단의 일로 더욱 분주합니다.”장보고 글로벌 재단 김성훈 이사장의 말이다. 필자에게 던진 그의 첫마디는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시작됐다. 김 이사장은 중앙대 명예 교수, 경실련 소비자정의 센터 대표, 환경정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유기농과 GMO(유전자조작식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해외에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수입식품들에 의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생태계에 적신호가 되고 있어서다.
고구려·백제의 유랑민들과 신라인의 대통합 돋보여21세기에 와서 왜? 장보고 타령일까. 거기에는 분명한 몇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촛불을 든 사람이나 태극기를 든 사람들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이 두 개로 갈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장보고 대사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재당(在唐) 고구려·백제의 유랑민들과 신라인을 대통합해서 저항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이러한 리더십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국내가 아닌 이국땅에서 민족의 대통합을 일궈낸 장보고 대사의 역량이 바로 ‘창조적 개척정신의 소산이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장보고 대사는 정경분리를 통해 민간주도에 의한 상생의 윈윈(win-win) 전략을 시행했습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장보고 휘하의 재당 신라인들은 상공업과 해운·무역업에 종사하면서 신라·당나라·일본의 경제 이익에 기여하면서도 사무역을 주관했다. 즉, 조공무역 중심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교역체제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 경영의 모델이자 정경분리에 의한 역할 배분 및 협력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장보고 대사는 국제 중계 무역의 주재자와 해상상업제국의 왕자였습니다. 단순히 신라·당·일을 연결하는 3각 무역에 그치지 않고 페르시아 및 동남아상인들과의 상거래를 주도한 우리나라 국제무역의 효시였습니다.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무역을 개척한 것입니다.”
장보고 대사는 ‘유랑민들을 한데 묶은 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은 물론이고, 문화와 무역의 발전을 이룬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성훈 이사장은 ‘청소년들에게 장보고 정신을 심어주어야 우리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에게 장보고 정신 심어줘야“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아닙니까? 우리 모두가 지금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SNS, GMO 등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장보고 정신이 공유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청소년 자신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며, 사회를 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김 이사장은 이어서 ‘특권, 스펙...이런 것만 중요시 하지 말고 장보고대사가 이룬 글로벌 정신처럼 청소년들이 해외를 상대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에 시행된 제1회 장보고 한상 어워드에는 대상 수상자가 없었는데, 2회에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장보고 정신을 온 국민이 공유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장보고 한상 어워드가 명예로운 상이라는 점에서 대상자가 나올 것입니다. 장보고 대사 정신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완도를 더욱 많이 알려야 한다”면서 “예로부터 지니고 있었던 완도의 국제항 기능을 확충시킴은 물론 아직도 불편한 도로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보고의 복권(復權)...완도군 명예군민 1호 기록해김성훈 이사장은 1988년 해양경영사연구회 창립간사를 맡은 이후 중국을 10여 차례, 일본 3차례, 우리나라의 장보고 관련 지역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그가 이처럼 장보고 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시절 하버드 대학의 라이샤워(E. O. Reischauer, 1910-1990) 교수가 쓴 일본의 고승 <엔닌(圓仁, 794-864)의 중국 당나라 여행기>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내용의 대부분이 8-9세기 장보고 대사와 고구려와 백제 유랑민을 포함한 재당 신라인들의 상업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김 이사장은 ‘장보고 대사야 말로 현제와 미래의 한국인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히는 영원한 우리의 사표’라고 생각하고 선배들과 함께 해양경영사연구회를 조직했던 것이다.
이 연구회를 계기로 장보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욱 불이 붙었다. 1992년 11월 한국·중국·일본·미국 등 200여명의 학자와 관료들을 완도군청에 불러 장보고대사의 위업에 대한 ‘제1회 국제역사학자 대회’를 개최했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이 대회가 디딤돌이 되어 1993년 3월 정부의 문화관광부가 ‘장보고 대사의 달’을 선포했지요. 장보고 대사 사후 1156년 만에 그가 반역자 또는 해적이라는 누명을 벗고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 왕과 해상 왕으로 복권(復權)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제가 영광스럽게도 명예 완도군민 제1호로 임명되었습니다.”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 길이 빛나는 명예로운 상(賞)김성훈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은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의 의미에 대해서 “9세기에 당나라와 일본에 거주한 신라인 디아스포라(diaspora)의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했던 청해진 장보고대사의 도전 및 개척정신을 본받자는 의미이다”면서 “수상자에게는 길이길이 빛나는 명예로운 상이 될 것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필자가 김 이사장에게 돌발 질문을 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심각합니다. 장보고 대사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사드가 설치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드 설치는 중국을 자극하는 일이니까요. 그 전에 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평화 무드를 조성했겠지요?”
답변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의 주머니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김성훈 이사장은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해야한다’면서 서둘러서 발걸음을 뗐다. 은은한 커피 향을 뒤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