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경비를 제공하는 외국 취재를 많이 다녔죠. 그런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일말의 ‘가책’ 같은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덜고자 경제위기를 벗어날 전략적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그때 ‘글로벌 경영의 원조 장보고’를 재발굴했어요.”
그때부터 장보고에 반한 그는 ‘장보고 연구’ 책을 내고 박사학위까지 받아 ‘황보고’로 불린다. 바로 지난 3월 출범한 장보고글로벌재단의 사무총장 황상석(59·사진)씨의 얘기다. 11일 달리는 케이티엑스 열차 안에서 전화로 연결된 그는 요즘 한창 공모중인 ‘장보고한상어워드’ 홍보에 열을 올렸다.
“기자 시절 외국에 나갈 때면 언어도 풍습도 문화도 다른 이국땅에서 오로지 맨몸으로 사업을 일구는 한상(韓商)들이 많았습니다. 한명 한명 감동적인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었어요. 그들이 곧 장보고의 후예들인 거죠.”
그는 1200년 전 동력선도 없던 시대에 ‘장보고의 청해진 상단’이 한·중·일 해상무역을 개척할 수 있었던 비결도 재당신라인과 재일신라인과 같은 동포 상인들(한상) 덕분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 수출액의 30%는 전세계 184개 나라에 퍼져 있는 한상들의 몫입니다. 고국에서 생산된 상품뿐만 아니라 ‘한류’도 전파하며 경제영토와 문화영토를 확장시키고 있는 개척자들이기도 합니다.”
6천만명의 규모를 자랑하는 화교가 100개 나라, 유대인 유랑민족인 이스라엘도 30여개 나라에 살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한상들은 아마존 정글이나 아프리카 오지까지 지구촌 구석구석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글로벌’하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전남대 대학원에서 받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 ‘장보고와 신라인 디아스포라의 글로벌네트워크 연구’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장보고의 상인정신을 잇고 있는 한상들의 생애와 업적을 널리 알림으로써 청소년과 청년 세대들의 ‘글로벌 멘토’로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장보고 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상의 특징은 일회성 시상에 그치지 않고 수상한 한상의 성공 스토리를 명예의 전당에 헌정해 그 이름과 함께 역사에 남긴다는 점이다. “수상자와 협약을 통해 자서전이나 만화를 발간하고, 해마다 ‘장보고 홍보대사’로 위촉함과 동시에 완도 장보고기념관에서 헌정자의 생애 석세스 스토리 기획전시회도 열 겁니다.”
그가 이처럼 ‘수상자 기록’에 방점을 두는 까닭은 장보고의 이름과 업적을 후대에 알리는 데 중국과 일본의 기록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장보고에 대한 기록은 당나라 시인 두목(803~852·추정)의 <번천문집>과 9년간 중국 여행을 했던 일본 승려 엔닌(794~864)의 기행문 <입당구법순례행기>에 실려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고 300년 뒤 김부식이 <삼국사기>에 반영을 한 것이죠.”
일간지 경제부 기자로 맞은 ‘IMF’
“취재 후원해준 기업들 줄줄이…”
연구모임 꾸려 위기돌파 대안 제시
“재당·재일 신라인 연결시킨 해상왕”
5년 전 ‘장보고 전략’ 박사학위도
정신 이을 ‘장보고한상어워드’ 제정
그가 장보고에 더 끌린 이유 중에는 고향 완도 출신이라는 인연도 들어 있다. 장보고글로벌재단도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기존의 ‘장보고기념사업회’와 ‘장보고CEO포럼’을 통합한 비영리단체다. 장보고한상어워드 역시 완도군(군수 신우철)에서 조례를 통해 재단에 위탁한 사업이다.
재단 이사장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그가 경제부 시절 출입기자로 인연을 맺은 이래 ‘장보고 프로젝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멘토의 한 사람이다.
“1997년 싱크탱크 ‘동아시아 미래연구회’를 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외환위기 돌파 전략을 모으기는 했는데, 이를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막연했어요. 그때 김 장관께서 책으로 묶어 내자는 제안과 함께 <장보고 그랜드디자인>(집문당) 제목까지 정해줬어요.”
장보고한상어워드 선정위원회에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김무성·이주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김덕룡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외환위기 때 쓰러진 여러 재벌들부터 최근의 롯데그룹까지 장사 기술이 뛰어날지라도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지속성이 없습니다. ‘장보고의 상인 정신’을 배우고 남겨야 할 이유입니다.”
장보고한상어워드는 공모와 재외한인대표 추천 방식으로 선정하며 26일까지 마감한다. 재단 누리집(changpogo.net) 또는 모바일 누리집(m.changpogo.net)에서 신청서류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재단으로 우편접수하면 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장보고글로벌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