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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작성일 : 2016-07-24 / 조회 : 7,803
[장상인 CEO]홍보전문가에서 팩트소설 '커피, 검은악마의 유혹'

 글쓴이 : 운영자

<한겨레신문>

“‘커피 홍보’ 퇴짜 맞아 오기로 공부하다 ‘악마의 유혹’에 빠졌죠” 

 

 

 

첫 장편 낸 홍보전문가 장상인씨…커피농장 체험·카페순례기 담은 ‘팩션 소설’
고통이 창조의 원천이듯, 때론 ‘오기’가 창작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첫 장편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티핑포인트)을 펴낸 홍보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 장상인(66)씨도 그랬다.

 

“5년 전 파푸아뉴기니산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 사업가와 홍보 상담을 했는데 첫 만남에서 ‘퇴짜’를 맞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명색 홍보 경력 30여년 만에 그렇게 거절을 당한 건 처음이어서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길로 서점에 가서 커피 관련 책을 한보따리 사온 그는 깔끔한 홍보기획안을 다시 제안해 곧바로 일감을 따냈다. 그때부터 자청해 파푸아뉴기니 커피농장 견학까지 하면서 그는 점점 ‘검은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파푸아뉴기니의 산속에 있는 커피농장에서 원주민들에게 손짓발짓으로 배워 커피콩을 따며 가난한 삶의 노고와 고뇌를 실감했죠. 생두도 볶고 커피를 내려보면서, 맛있는 커피가 되라고 기도하는 바리스타나 로스터의 마음을 헤아려보았고요. 한 잔의 커피에 담긴 깊은 가치, 커피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지 농장에서 본 아이들은 놀면서 커피체리를 따 먹고 안에 든 커피콩을 모아 엄마에게 가져다주곤 했다. “‘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커피가 돈이자 생존의 열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거죠.”

 

그에게 소설적 영감을 일으킨 것은 흘러흘러 남태평양의 오지 섬까지 모여든 한국인들의 구구절절 인생사였다. ‘남다른 가족사의 곡절을 겪고 15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정착하고자 돌아온 ‘커피 달인’ 강리나, 그는 쌍둥이 남동생 리호의 후배이자 커피 수입업자인 원배와 커피숍을 차리기로 한다. 원배의 후배이자 바리스타인 김지훈이 가세해 커피숍 ‘악마와 천사 1호점’을 오픈한다. 그사이 지훈은 연상인 리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설의 기본 설정이 그렇게 잡혔다.

 

작품 완성까지는 5년이란 짧지 않은 숙성기를 거쳤다.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해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을 직접 다니면서 제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마신 것을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어요. 창작이라기보다는 있는 사실을 블렌딩하고 로스팅했다고 표현할 수 있죠.”

 

2006년부터 여러 매체에 ‘르포형 칼럼’을 연재해온 그는 이 작품을 ‘팩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커피 상식 사전’이라 할 만큼, 커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에 의해서 발견되었다’는 원두의 기원에서부터, 팔레타 장군의 불륜과 배신 덕분에 ‘커피 대국’이 된 브라질 이야기,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의 코나 같은 명품 커피의 탄생 배경 등등 세세한 정보가 가득하다.

 

그는 우리보다 커피 전래 역사가 앞선 일본의 카페도 두루 순례했다.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도쿄 긴자의 커피숍부터 요즘 마니아들 사이에 뜨는 전문점까지 체험담을 2개의 장에 녹여 넣었다.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과 고전, 명소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이런 특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경력이 있다. 동국대 행정학과를 나와 1976년 한국전력을 시작으로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까지 30년 넘게 홍보맨의 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홍보회사인 제이에스아이(JSI)파트너스를 운영하면서 터키, 필리핀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발굴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2007년 수필가로 시작해, 2009년 단편 ‘귀천’으로 <문학저널>을 통해 등단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뉴시스>

 

 

팩트의 블렌딩·로스팅, 장상인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커피숍은 거의 창고 같았다. 커피콩 마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카운터에 몇 좌석, 테이블 두 개에 궁색하게 구색을 갖춘 의자 7개가 고작이었다. 카운터에는 중년 신사 한 사람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우두커니 천장만 쳐다보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원형이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기소리보다는 조금 컸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93쪽)

”커피나무에 매달린 커피콩이 한꺼번에 익지는 않았다. 풋풋한 커피체리와 붉은 체리가 한 줄기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따야 한다. 이를 핸드 피킹이라고 한다. 소의 젖을 짜듯이 훑어내는 스트리핑과 기계로 밀어붙이는 기계수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인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따는 원시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방법이다. 많게는 10번의 수확을 해야 한다. 이처럼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무결점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123쪽)

칼럼니스트 장상인(66)의 장편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의 내용이다. 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커피 상식, 커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삐딱한 사랑과 성장의 스토리를 담았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다. 커피콩 하나하나에는 가난한 원주민들의 삶과 고뇌, 전통과 문화가 눈물처럼 배어 있다. 그리고 배에 실려 세계를 여행하는 커피콩의 운명과 여정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 잔의 커피에 서려 있는 깊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집필을 준비하는 동안 방문한 일본 고베의 커피 박물관에 적혀 있는 글귀다. 그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 “5년 전 파푸아뉴기니의 산 속에 있는 커피농장에서 비로소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알 수 있었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깊은 가치를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첫 만남은 ‘브람스’라는 카페에서 시작된다. 남다른 우여곡절을 겪었고 15년 이상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할 계획인 강리나는 그저 커피를 좋아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지식이 가히 전문가 급이다. 

쌍둥이 남동생의 후배이자 커피 수입업자인 원배와 커피숍을 차리기로 한다. 여기에 원배의 후배이며 바리스타인 김지훈이 가세한다. 리나, 원배, 지훈은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쳐 커피숍 ‘악마와 천사 1호점’을 오픈한다. 그 사이 지훈은 6세 연상인 리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 감정은 집착에 가까운 비뚤어진 형태로 표출되고 결국 그들 사이의 분열을 야기한다. 

베토벤의 ‘합창’, 비발디의 ‘사계’, 차이콥스키의 ‘비창’ 등 클래식은 물론 ‘마이 웨이’, ‘러브 스토리’, ‘커피 룸바’, 바흐의 오페라 ‘커피 칸타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등 다양한 음악이 소설 곳곳에서 잔잔히 흐른다.

세네카의 ‘인생론’, 단테의 ‘신곡’,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고전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의 초상’, 딘 사이컨의 ‘자바 트레커’, 로이드 존스의 ‘미스터 핍’ 등 여러 책들도 연이어 등장해 주인공들의 감정과 생각을 보다 더 풍성하게 전달해준다. 

“‘Mama! Kofi istap long hia.’(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 커피의 체리를 따 먹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커피콩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어머니 손에 놓아주는 어린아이의 피진어(현지어)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파푸아뉴기니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실화다. 어린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커피가 돈이자 생존의 열매라는 것’이 각인돼 있는 것이다.(131쪽)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판단의 기준이 다르지 않은가.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항상 상대는 악마이고 자신은 언제나 천사가 아닌가. 각각의 개체가 다른 인간들-참으로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이 지구상에는 60억 개의 이기심이 난무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오히려 검은 악마가 인간보다 더 솔직하지 않은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운 커피는 나에게 건강을 주고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커피가 좋고 그러한 커피를 진정으로 사랑한다.”(299쪽)

저자는 “이 소설은 독자가 커피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썼다”며 “커피 용어를 빌린다면 ‘창작이라기보다는 있는 사실을 블렌딩하고 로스팅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커피의 블렌딩과 사랑의 블렌딩’ 이 또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이 보다 가까이 커피 세계에 들어선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되겠다. 검은 악마의 유혹을 받으며 달콤한 사랑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308쪽, 1만3000원, 티핑포인트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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